북한에서 정치범수용소라는 존재는 수십만의 사람들이 고통 속에 죽어가는 악마의 소굴인 동시에 전체 북한사람들을 항시적인 불안과 위기의식으로 경직시키는 ‘지옥’의 세계이다.

남한의 기독교인들이 천당에 가기 위해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 사람들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주의해야 한다는 항시적인 위험의식, 마치도 운전기사가 위험한 도로를 달릴 때 긴장하는 것 같은 주의사항을 머릿속에 언제나 담고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보위부 요원들이 흔히 하는 말이 ‘해 못 보는 곳으로 보내기 전에’라는 말이다. 심지어 친구들 사이에도 농담으로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가고 싶냐?’라는 말을 한다. 필자가 북한에 있을 때 한 친척이 외국에 유학을 갔다 와서 “그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백년을 앞섰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는 그 말을 하고 보위부 요원으로 있는 다른 한 친척으로부터 호된 책망을 들었다.

보위부 요원인 그 친척의 말은 ‘너 다시 그런 말을 하다가는 정치범수용소에 간다’는 내용으로 일관되어 있었다.

‘너 같은 사람이 우리 보위부에 대단히 필요한 사람이다’

‘내가 보위부에 가서 뭘 하는데요?’

‘매 맞는 일을 하지. 너 사람들이 왜 보위부를 무서워하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그걸 모르면 넌 이때까지 헛살았다. 관리소가 멀리에 있는 줄 알아? 별난 사람들이 거기에 가는 줄 알아? 말 한마디 실수해도 가는 곳이 거기다’

외국유학을 갔다 온 친척은 그 후 한 번도 ‘필요 없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만약 북한에 정치범수용소가 없었다면, 앞으로 정치범수용소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첫째로 정치범수용소들에서 수십만(수용소에 갔다 온 사람들과 그곳에서 죽은 사람들까지 합치면 백만이 넘을 것)이 고통 속에 죽어가는 참상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둘째로 정권에 의한 악행의 절반 이상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북한에서는 ‘나를 받들지 않는 자는 곧 나의 적’이라는 김정일의 강도적 정치논리의 ‘집행 영역’이 바로 정치범수용소들이다. 최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 지배계층의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이 맞다.

북한에서 지배계층의 첫 번째 생존조건이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이다. 그것이 없거나 의심되면 당사자는 곧바로 정치범수용소에 가야 한다. 정치범수용소와 죽음은 별다른 차이도 없다. 정치범수용소에 가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수용소에 잡혀갈 처지가 되면 곧 자살을 한다. 그래서 권력계층은 ‘충성’하고, 충성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김정일이 여울물로 소금섬을 끌라고 해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북한 권력계층의 처지이다. ‘손톱 곪는 줄은 알아도 염통 곪는 줄은 모르는’ 현 북한의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이 ‘오직 충성심’을 중심에 놓은 지배계층의 구조이다. 그 초인간적인 충성심의 ‘뒷마당’에는 수용소가 있다. 충성심의 앞마당에는 물론 김정일의 배려, ‘특별한 대우’가 있다.

셋째로 정치범수용소가 없다는 것은 곧 북한민주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항시적인 심리적 위협을 주는 정치범수용소라는 존재가 없다면 북한주민들은 마음대로 제 할 말을 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제 할 말을 한다는 것은 곧 비판세력이 생겨난다는 뜻. 그 것은 나라의 주체가 권력이 아니라 인민으로 변하는 결과를 만들어 놓을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에서 활개치는 모든 악의 근원은 정치범수용소들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과 국제사회의 편향은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뒷전에 밀어놓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18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힘겹게 북한 인권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그 내용에서 정치범수용소를 강력하게 규탄한 구절은 볼 수 없다.

정치범수용소들의 해체는 아무런 부담 없이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 이유는 김정일 독재정권을 제외한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정치범수용소 해체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북한문제에서 핵심은 인권문제이며, 인권문제의 핵심은 정치범수용소들의 해체이다.

진선락 기자 dmsgur325@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