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많은 탈북자들은 팔리고 팔려왔던 기억으로 인해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혀있다 |
한국을 찾는 탈북자가 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탈북자는 한국에 먼저 정착한 탈북자들 및 지인의 도움으로 한국을 찾고 있으며, 그 외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국행에 따른 북송의 두려움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싹터 한국행을 선택하지 못한다.
지난 5일 본 기자는 랴오닝성(遼寧省) 선양(瀋陽)의 번화가 모처에서 탈북자 김성화(가명. 21)씨를 만났다. 처음 만난 그녀는 중국어를 능숙하게 잘하는 편이었고, 때문에 처음에는 그녀가 조선족인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녀와의 대화와 손가락 움직임에서 탈북자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고향이 어디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집은 도문(圖們)에 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노래방에서 아가씨를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그녀는 중국어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고, 때문에 주위 사람들도 그녀를 조선족으로 알고 있었다.
본 기자는 그녀가 탈북자인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며 “조선족들이 한국에 많이 가는데 가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한국에 가고 싶은데 쉽게 갈 수 없다”고 답했다. 한국행을 도와줄 수 있다는 말에도 그녀는 “나를 어딘가에 팔아먹을 것”이라며 경계를 나타냈다.
그런데 그녀는 본 기자와의 대화 내내 계속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치는 수동(手動)을 취하고 있었다. 피아노 연주를 할 줄 아냐는 물음에 모른다며 “칠 줄은 모르지만 아는 악보가 있다”고 답했다. 그녀가 읊은 악보의 음계는 ‘미미 솔 미미 솔 미 솔 미 솔 미미 솔 라라 도 솔솔 미 레도 레미 도도도’였다.
이 악보는 북한당국이 어린이들에게 교육시키는 노래 중 한 구절이다. 가사는 “아침에 햇빛이 아름답고 곱다고 우리의 이름을 조선이라 불렀네”이다. 북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배웠던 노래이다. 그녀는 아직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지금도 한국행을 선택하는 많은 탈북자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행을 선택하지 못하는 중국의 탈북자들도 많다. 한국행이 위험한 이유도 있지만, 그동안 팔리고 팔려왔던 상처가 남아 있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믿지 못한 채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장성근 기자 nihao5533@hanmail.ne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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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0-03-09 (1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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