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개발이 안 된 지구상 마지막 황금의 땅으로 불리고 있다. 어림잡아 3,000조 원 어치가 넘는 천연자원을 보유한 북한은 철광석 매장량만 해도 50억 톤으로 추정되며, 이 밖에 금, 무연탄, 아연, 석회석, 갈탄 등의 매장량도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의 확인된 석탄 매장량은 230억 톤이며, 이 중 무연탄은 약 150억 톤, 갈탄 등 유연탄은 80억 톤으로서 두 천연자원의 매장 비율은 약 2대1이다.

무연탄의 90%는 평안남도 일대에 매장되어 있고, 덕천지구, 순천지구, 개천지구 등 평남 북부 탄전에 생산지를 두고 있으며, 갈탄은 평안남도의 안주지구와 은덕의 아오지, 길주, 명천, 회령의 금생과 유선에 이르는 함북탄전이 주요 생산지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광물 자원은 일제 시대부터 주목을 받아 북한에는 일찍이 공업지구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함북 북부에 수 없이 들어선 크고 작은 탄광들에는 채탄과 함께 많은 인명을 앗아간 피눈물의 역사가 얼룩져 있다.

한반도가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지도 어언 55년이라는 긴긴 세월이 흘렀다. 광복 후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탄광들은 50년대의 6.25전쟁으로 말미암아 황폐화되었으나, 정전 직후 엄청나게 매장된 석탄을 원천으로 경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김일성의 지시로 인해 탄광개발 사업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그 결과 탄맥이 연결되어 있는 북한 곳곳에 새로운 탄광들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함경북도 회령시의 금생과 유선에도 여러 개의 탄광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하강선을 긋기 시작하던 북한의 경공업과 함께 채탄업도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일체 중단되었으며, 탄광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던 수많은 탄부들은 남 몰래 자체로 곡괭이와 정대를 들고 갱으로 들어가 탄을 캐다 팔며 하루하루를 연명해왔다.

하지만 이 방법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우선 국가재산 절취 근절이라는 명목 하에 각 탄광안전원들과 탄광순찰대원들이 개인 채탄을 단속해 무상몰수 하는 한편 그 수량에 따라 2~3년의 교화형을 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허술한 갱도시설로 인해, 또는 자연에 의한 홍수로 인해 탄을 캐던 중 갱도가 무너진다든가 갱이 물에 잠기는 등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인명피해가 심해진 것도 원인이었다.

이런저런 조건과 이유로 2003년 이후 일시 중단되었던 개인 채탄은 작년 11월 말에 단행된 화폐개혁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이 악화되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계속되자 또다시 생계유지(有志生界)라는 가파른 절벽 위에서 부활하고 있다.

19일 본 방송국의 함경북도 통신원에 따르면 회령시 유선지구에 위치하고 있는 ‘유선탄광’과 ‘계림탄광’은 90년대 중반부터 이미 많은 갱도들이 무너지고 파괴된 채로 방치되어 있으나, 그 주변에 매장되어 있는 갈탄은 식량 및 땔감 부족으로 항시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무시 못 할 생계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원은 화폐개혁으로 인해 돈이 없어 식량과 땔감을 구할 수 없게 된 주민들이 또다시 괭이를 쥐고 탄광 주변의 지면을 뚫어 석탄을 캔 뒤 장마당에 내다판 돈으로 하루 식량을 구입해 그날그날 살아간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통신원은 또 기존의 탄광에서 탄부로 근무했던 사람들은 석탄이 매장되어 있는 곳을 느낌으로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정해진 위치에서 3m 정도의 땅을 뚫은 뒤 탄을 채취한다.

단 이러한 채탄 행위는 국가재산 절취에 해당하므로 새벽시간이나 깊은 밤을 이용해 독단적으로 몰래 캐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원은 이렇게 탄을 캐어 장마당에 내다 파는 사람은 한 두 명이 아니라며, 많은 사람들이 새벽과 어둠을 타 채탄에 나서자 탄광 안전부와 유선 안전부에 비상이 걸려 단속 및 전량 무상몰수는 물론 경우에 따라 법적 형벌도 가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생계를 위한 생사귀로(生死歸路)에 오른 주민들은 죽기를 마다하고 채탄에 몰두했으며, 아무런 안전대책과 안전시설이 없는 땅굴은 깊이가 깊어갈수록 외부의 중력으로 인해 자주 무너져 그 안에서 탄을 캐던 사람들이 귀신(鬼神)도 모르게 죽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안전원들과 순찰대원들은 새벽시간과 늦은 밤에도 잠을 자지 못하고 행인들이 오가는 길목을 지키고서 무조건 손 달구지와 괭이를 소지한 사람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석탄을 채굴해 등짐으로 산을 넘거나 길을 에돌아가며 단속자의 눈을 피하고 있다고 통신원은 설명했다.

통신원은 구체적인 사례도 전했다. 음력 설 전, 어둠을 이용해서 석탄을 채굴하기 위해 ‘계림탄광’ 주변을 돌던 김 씨(男. 47)는 왠지 석탄이 깔려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한 장소를 정해 괭이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1.5m 가량 땅을 파내도 석탄이 나오지 않자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마음먹고 있던 찰나 갑자기 괭이 날에 무언가 부딪혀 석탄인줄 알고 힘차게 곡괭이를 휘둘렀지만 그것은 석탄이 아닌 사람 시체였다고 한다.

불법으로 석탄을 캐는 것이라 전깃불도 켜지 못하고 느낌과 감각으로 작업하던 김 씨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 시체에 크게 놀라 줄행랑을 놓았고, 집에 도착한 후 아내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김 씨의 아내는 생각 끝에 ‘유선 분주소’에 찾아가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신고접수를 받은 ‘유선 분주소’는 즉각 김 씨와 함께 사고 장소를 찾아가 시체를 끌어내 조사했으며, 그 결과 1월 22일 평성의 친척집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던 박 씨의 사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한 박 씨의 아내 정 씨는 이에 대해 자신이 동네 마을로 나갔다 돌아오니 집에 누워있던 남편 박 씨가 보이지 않기에 잠깐 어딘가 놀러갔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녁이 되고 다음날이 되어도 또 일주일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중국으로 탈북한 것으로 생각했고, 때문에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꼭 소식이 올 것이라고 믿었으므로 안전부에 행방불명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행방된 사실을 안전부에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전원이 정 씨를 추궁하자 정 씨가 “신고하면 탈북가족이라고 붙잡아 심문하고 또 감시대상이 될 것을 뻔히 아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신고했다가 나중에 남편이 돌아오면 감옥에 보내라고 신고하겠는가”라며 “사람이 죽었는데 먼저 안됐다고, 미안하다는 위로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고 안했다고 따지는 것이 원칙이고 인간의 도리인가”라고 따지고 들었다는 점이다.

정 씨가 도리어 강하게 항의하자 안전원은 두 눈만 껌벅거리며 아무 말도 못하고 나중에 안전부를 방문해 사건 조사에 협조해라는 말만 남기고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통신원은 이전에는 안전원이 죽으라면 죽는 흉내도 내야 할 정도로 안전원을 비롯한 법관들의 위세가 대단했지만 지금은 법관이고 뭐고 앞에다 대고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인가, 쌀 1kg, 단 돈 100원이라도 살림에 보태라고 준 적이 있는가”라고 따져도 아무런 대답을 못하고 스스로 그 자리를 피한다며, 이제는 주민들도 법관들에게 무조건 복종하던 기존의 방식을 깨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원은 “지금은 잘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석탄을 채굴하다 묻혀 죽은 사람들이 많다”고 밝힌 뒤 “국경 지역인 이곳 특성상 행방불명은 곧 탈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 보편화되어 있다”며 굶어죽고, 얼어죽고, 두만강을 넘다 죽고, 탄을 캐다 죽고, 이렇게 죽고 저렇게 죽는 등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만든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윤미 기자 oun050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