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에 홀로 갇혀 있으려니 저녁시간을 알리 듯, 배안의 내장들이 요동을 치고 있다. 무엇이라도 먹지 않는다면 굶어죽을 것 같은 배고픔, 문이 열리며 밥그릇이 들어왔다.
 
때가 끼고 쭈그러진 밥그릇에 담겨있는 것은 시커멓게 타버린 까마치(누룽지)에 먹지 못해 버리는 김치 대가리를 쏠아 넣은 것, 그래도 그것은 나에게 별미의 맛을 자아냈고, 정신없이 숟가락을 들고 퍼먹었다.
 
주린 배를 채우고서야 알게 된 사실, 손에 들고 있는 숟가락의 뒷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지독한 여기에서의 고문을 이기지 못해 숟가락 대를 이용해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미 전 부터 모든 숟가락의 뒷부분을 잘라 놓은 것 같다.
 
여기에서의 고문이 얼마나 지독하기에 사람들은 자살을 선택하고, 보안원들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와 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인가? 숟가락에서 조차도 북송된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듯, 숟가락 머리가 조금 뜯겨져 나가 있었고, 시꺼멓게 녹슬어 있었다.
 
어두운 방안에서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다. 밤이 무엇이고, 낮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밥그릇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야 식사시간인줄 알았고, 피곤함을 느끼고서야 잠자는 시간인줄 알았고, 아픔을 느끼고서야 고문과 심문의 시간인줄 알았다.
 
홀로 있는 어두운 방, 사색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사람들의 소문을 타고 전해지는 이야기도 떠오른다.
 
어느 때인가? 북한 보위원들이 간첩을 잡았다고 한다. 암호명과 암호시간을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던 간첩에게 보위원들은 좋은 묘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것은 시계도 없는 어두운 방에 가두어 놓은 것, 간첩은 접선 암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어두운 방에서 하나 둘, 숫자를 세면서 시간을 측정했다.
 
하지만 그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끝내 포기 의사를 밝힌 간첩은 식사가 들어오는 시간을 측정하여 날자와 시간을 계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활한 북한 보위부원들은 하루에 5끼의 정도의 식사를 주면서 시간을 앞당긴 것이다.
 
간첩은 접선 암호 시간이 지나서야 모든 것을 실토했지만, 보안원들은 웃으면서 지금 그때가 아니라고 답하며 접선 장소에서 간첩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설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지금 나도 그 처지에 놓여 있는 듯, 하나 둘, 숫자를 외치며 애써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그렇게 35일이 흘러서야 나는 어두운 지하 감방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는 것은 포근한 어머님의 품이 아닌, 6개월의 노동단련대였다.
 
노동단련대에서의 일과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 매일같이 소리를 지루는 보위원들의 목소리에 나는 추위에 떨 듯,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보안원들 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있었다. 그들은 보안원들이 지정해놓은 노동단련대에 안에서의 반장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보안원들보다 더 지독하게 굴었다. 매일 같이 얇은 나무 회초리를 들고 다니는 이들은 자신의 눈에 거슬리거나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는 여성과 남성들을 무참히 때렸다.
 
여성들의 얇은 살결은 그들의 회초리에 찢어지고, 찢겨진 사이로 핏방울이 솟아오른다. 하지만 아파도 참고, 웃음이 나와도 참아야 하는 것이 노동단련대에서의 현실이다.
 
노동단련대에서 비록 웃을 일은 없지만, 가끔 노동단련대 반장이 여성과 남성을 세워놓고 자신의 죄명에 따라 그대로 재연하라고 시킬 때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오른다.
 
비록 나도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넘어 갔지만, 살금 살금 걸어가며 뒤에 따라오는 군인이 없는 것인지 뒤를 돌아보는 그들의 탈북 재연 모습에는 슬픔이 묻어있었지만 왜서이지 계속해서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반장이란 놈은 웃는 사람들에게 회초리를 안기기에 함부로 웃지 못하게 하기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다.
 
노동단련대에서는 성적학대도 일어난다. 보안원은 어리고 예쁜 여성들에게 자신의 말을 잘 들으면 여기서 하루 빨리 내 보내 주는 혜택을 부여한다고 얼리며 성적학대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행위는 매일 같이 반복되고, 그들의 눈에 보이는 여성들은 쾌락의 존재, 기쁨의 존재, 즐거움을 만끽하는 존재에 불가할 뿐이다.
 
이영옥씨도 이들의 즐거움과 기쁨이 되어 매일 같이 보위원의 방으로 불려갔고,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 그들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기게 되었다. 약자를 괴롭히고, 약자를 강탈하는 것이 현재 북한 보위원들이 현실이다.
 
탈북자 한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