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북한군에서 복무했던 한 탈북군인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북한에서 군복무는 대개 10년을 기본으로 하지만 부류에 따라 13년이 되기도 한다.
남한에서 군 10년 의무제를 도입한다면 모름지기 사회전체가 발칵 뒤집힐 것이다.
 
 북한에서는 군복무를 공기마시듯 당연히 여겼는데 남한입국 후 군에 대하여 비교해보니 북한군의 10년은 조국보위의 명목 하에 공공연히 인권을 유린하고 착취하는 반인륜적 범죄이며 파쇼적 폭력제도이다.
 
사람의 일생에서 17세부터 27세는 인생의 황금기로서 누구나 인생의 지향을 따라 열심히 배우고 열정을 다해 질주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김정일의 10년 복무규정은 '수령결사'를 빌미로 청춘을 유린하는 독재의 노골화, 공식화를 대표하는 명백한 증거다. 
 
10년의 복무로 일부 군인들은 평생을 함께 할 가족과 같은 유대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최근의 열악한 내부사정은 굶주림과 피복부족, 상관들의 무조건적인 탈취명령, 무자비한 폭력과 신분의 편견, 분풀이들로 이어지면서 신병들에게 있어 강도 높은 고역의10년이 된다.
 
오늘은 북한군이 자랑하는 ‘관병일치’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마도 생각이나 행동에서 무척 단순하였던 것 같다.
 
6개월간의 신병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배치된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저보다 먼저 입대한 신병이 색 바랜 후줄근한 군복차림으로 아침 상학에 임한다.
 
영문을 알길 없는 신병은 입대할 때 받은 새 군복에 대하여 물었다. 그는 제대를 앞둔 소대장이 낡은 군복을 내어주며 벗어놓으라고 하여 싫은 대로 벗어 놓았다며 상등병도 이제 군복을 벗기게 될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신발도 다 닳아 꿰진 하족이다. 슬그머니 대원들을 쭉 훑어보니 새 군복은 정말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신병들의 군품 회수는 것은 벌써 오래전에 자리 잡은 부대 내 제대풍조였다.
 
나라의 장기화 된 경제난으로 자신들도 제대하면 얼마 못가 일반 주민들과 같이 하루 한끼의 먹을거리를 위해 피나게 살아야 함을 잘 알고 있는 군인들은 제대 후 얼마라도 더 견뎌보려는 작심으로 제대준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군부대 외부를 대상으로 하는 기관, 기업소, 개인재산에 대한 약탈도 명령이라고 내리 먹인다. 성스러운 조국보위를 위해 군복을 입은 것이 아니라 군복무를 통해 개인의 이속을 채우려고 군복을 입은 치사스러운 느낌이다.
 
명령에 따라 주변 민가의 재산이나 농작물을 훔치다 잡히면 잡혔다고 또 처벌이다. 처벌의 강도는 때로 굶주린 대원들에게 탈영을 부추기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각종 처벌을 면하기 위해 어떤 대원들은 상관들의 군복이나 신발, 심지어 발싸개까지도 매일과 같이 깨끗이 빨아 대령하는 비굴한 절대‘심복’이 되기도 한다.
 
드디어 차례가 왔다. 소대장이 갈아입으라며 군복을 던져준다.
가뜩이나 어질고 꼴기 없다고 놀림을 받는데다 낡은 군복까지 걸치면 모양은 볼만할 거라 생각 되지만 어느 명령이라 거부하겠는가?
 
마지못해 군복을 교환하고 나니 괘씸한 생각에 보복심이 치민다.
 
북한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조선로동당원이 되는 것이며 입당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평생 사회의 말단에서 시키는 일에 몰리며 집단과 간부들의 쪼들림을 받아야 한다.
 
소대장을 통해 부대의 풍조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상등병은 소대장의 당증을 훔치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당증은 한 순간도 몸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지만 최근 당성이 약화 되면서 당증을 따로 건사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결국 소대장의 군복무 10년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당증분실로 하여 출당되었고 사회의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는 <생활제대> 명령서를 받게 되었다.
 
얼마 후 통쾌한 생각으로 숨겨둔 당증을 처리하려는데 분대의 신병에게 그만 들켜버렸다. 그리고 거듭되는 조사와 재판을 받고 <생활제대>의 검은 딱지가 달린 채 상등병도 고향으로 돌아갔다.
 
어떤 것이든 똥물에 빠지면 똥내가 나기 마련이다.
 
독재자 김정일이 최고사령관으로 존재하는 한 북한의 군부는 물론 모든 주민들은 본의아니게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생활제대'로 사회적 고립을 자처한 상등병의 보복은 과연 지나친 것인가?
제대준비를 위해 군품을 몰수하는 소대장의 처사가 지나친 것인가?
선군의 구호아래 빼앗기는 인민의 생명재산은 응당한 것인가?
 
김정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