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미국 신문들에서는, 대통령 조지 W. 부시가 노무현을 만나서 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하더니 곧 이어 탈북자 강철환 씨를 백악관으로 초청하여 환담한 일에 월스트리트 저널은 물론 워싱턴 포스트 지까지 연일 사설을 쓰고 있다. 북한인권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고무적인 사건이다. 필자는 지난 주 미래한국 주간지로부터 부탁을 받아, 지난 6월 9일자 신문에 [링컨과 부시-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평양의 수족관]이란 시론을 쓴 바 있다. 링컨과 부시-‘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평양의 수족관’ [時論] 남신우 재미건축가·북한인권운동가 평생 생업인 건축설계밖에 모르던 필자가 대통령 링컨과 남북전쟁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한 것이 1984년경이고, 1992년 경부터 링컨을 본격적으로 번역하기 시작해서, 1999년 7월 서울에서 ‘대통령 링컨’을 출판했으니 이제 링컨과 같이 산 것이 20년도 넘은 것 같다. 링컨은 미국이란 나라를 하나의 실험으로 보았고, 만약 자신을 포함한 미국민들이 이 실험에서 실패하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인류에게 희망이 없다고 확신했다(게티스버그 연설문). 그래서 그는 미연방의 정체성을 최고의 명제로 내걸고, 반란세력 미연맹을 진압하기로 결정한 뒤, 반란세력 미연맹을 한 번도 주권국가로 인정한 적도 없었고, 반란 괴수 제퍼슨 데이비스를 한 번도 대통령으로 인정한 적도 없었다. 미국 남북전쟁의 멀고 가까운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의 노예제도였다.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핍박을 피해서 대서양을 건너 신천지로 건너온 유럽의 백인들은 독립선언서에서,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고, 신으로부터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부여 받았다고 명기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모든 사람이란 피부색이 흰 백인들만 포함되며, 피부색이 검은 흑인들은 인간 이하, 소나 말처럼 부려먹다가 팔아도 되고 겁탈해도 되고 죽여도 된다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惡의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독립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 동북부의 식자들과 목사들 또한 자유의 몸인 흑인들이 이 노예제도를 인간적 정치적 사회적 문제로 들고 일어났다. 신생국 미국은 1800년대 초부터 남북전쟁이 터진 1861년까지 노예제도 때문에 남북의 정치 경제세력이 마찰하다가 절충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격돌했다. 그러다가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바로 전에는 미국의 남과 북은 더 이상 상생 화합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갈라져 있었다. 필자가 미국 역사에서 남북전쟁과 링컨에서 이런 두 가지 사실을 확인했을 즈음, 우리 나라 현실이 너무나 긴박하게 너무나 흡사하게 다가왔다. 일제에서 해방되면서 남북이 갈리고 이념으로 대립하면서 南은 南대로 北은 北대로 각자가 한반도에서 유일한 주권국가라고 주장했고, 우리는 이미 6·25 남북전쟁을 겪었으나 통일이 안 된 상황이다. 최근 뉴스에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 강철환 씨가 쓴 수기 ‘평양의 수족관’이란 책을 읽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를 읽으면서 필자는 곧 남북전쟁 전에 유명했던 헤리엣 비처 스토우 여사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을 연상했다. 미 북부에서 노예제도에 관하여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우는 데 큰 공을 세운 책이 바로 스토우 여사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었다. 그 책은 출판한 해인 1851년 당시 30만 권 이상이 팔리고 유럽에도 소개되어 널리 읽힌 베스트 셀러였다. 그리고 남북전쟁이 한창인 1862년 스토우 여사가 백악관으로 링컨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 링컨은 스토우에게 “이 전쟁을 일으킨 그 책을 쓴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군요”라면서 웃었다 한다. 북한 요덕수용소에서 소년에서 청년이 될 때까지 10년간 갇혀 있다가 살아나서 1992년 기적적으로 남한으로 건너온 탈북자 강철환 씨가 프랑스의 피에르 리굴로 씨와 함께 썼다는 ‘평양의 수족관’이란 책은 미국 일본 등지에서 번역 출판되었고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링컨이 스토우 여사의 ‘엉클 톰스 캐빈’을 읽고 흑인노예들의 참상을 더 잘 알게 되었나? 그래서 스토우 여사를 만났을 때 당신 때문에 이 전쟁이 일어났다고 말했을까? 부시 대통령이 강철환 기자의 ‘평양의 수족관’을 읽었다니, 부시는 북한주민들의 참상, 강제수용소에 갇힌 북한노예들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셈이다. 이제 부시는 김정일을 제거할 모든 정치적, 국방적 그리고 인도적 요인과 이유를 충분히 갖고 있다. 자국민을 굶겨 죽이고 때려 죽이고 공개처형하는 김정일은 없애야 한다.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 김정일을 감싸고 먹여 살리는 김대중 노무현 후진타오를 다 제껴버리고, 김정일과 양자회담해서 핵무기만 막자는 미국 민주당 일부 사람들을 다 제치고, 김정일을 인종학살범으로 징계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바쁜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서 탈북자 강철환 기자가 쓴 ‘평양의 수족관’을 읽어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밖에 없다. 미래한국 2005-06-09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