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꽃제비들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이들은 추워도, 굶어도, 아파도, 모든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여러 사람들의 폭행에도. 자신의 썩어가는 발을 보면서 까지도 아파하지 않는다.
 
이번에 남한에 들이닥친 한파를 보며 북한에 있을 당시 흘러내리는 콧물도 바로 얼어버리는 추위 속에서 홑옷만을 입고 12시간 동안의 강행군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꽃제비와 다를 바 없었던 필자는 도강을 하다 잡히면서 여러 군인들의 폭행에도 아픔을 느끼지 못했고, 맵짠 추위 속에서도 추운 것을 몰랐고, 오직 살아야 한다는 일념 밖에 없었다.
 
물론 인간으로서는 누구나 아픔과 추위를 느끼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였기에, 아픔과 추위를 참으면서 홀로 “아프지 않다. 춥지 않다. 아파하고, 떨고 있는 이 몸은 내 몸이 아니다. 모든 것은 꿈이다”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홑옷만을 입고 걷게 된 강행군. 당시 필자는 함경북도 온성군 노동단련대에 수감되었다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온성군 9.27 상무(꽃제비들 구호소)에 들어갔다. 처음 들어온 나에게 꽃제비 왕초는 석탄을 나르는 것을 시켰다. 몇 번이고 석탄 바께쯔를 들고 왔다 갔다 하다가 어느 순간 감시하는 사람들을 피해 바께쯔를 버리고 도망쳤다.
 
온성역에 나와 보니 기차는 없고, 9.27상무원들과 꽃제비들이 잡으러 올 것 같은 두려움에 무작정 80km 거리를 뛰기로 했다.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이란? 꽃제비 구호소에서 모든 옷을 뺏기고, 남은 홑옷인 학생복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잡으러 온다는 두려움에 뛰고 뛰다보니 추운 줄을 몰랐다. 하지만 코에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있어 만져보니, 흐르는 콧물이 얼어있었고, 그때에야 비로소 추운 것을 알았다. 하지만 추위보다 무서운 것은 잡혀 가는 것. 얼어 죽어도 자유롭게 죽는 것이 소원이었다.
 
아니 그 당시에는 도강으로 인해 여러 군인들에게 폭행을 당했어도, 맵짠 추위 속에 걷고 또 걸었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기에 맵짠 추위 속에서 뛰다 걷다를 반복하며 12시간 만에 80km 거리를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북한에서 얼어 죽는 꽃제비들. 그들은 동상에 발이 썩어 들어가고, 추위에 굶어 죽어가고 있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장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