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 매체들이 전 세계에 내보낸 김정일 장례식 장면을 보았다. 가장 초현실적이고 널리 목격된 '국가 극장'의 일부일 것이다.
 
도로 양편에 늘어선 평양주민들의 얼굴과 손은 추위에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우산이나 모자를 쓴 주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은 탓에 시민들의 머리카락과 옷은 축축이 젖어 있었다.
 
그속에서 주민들 대부분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았고, 누구도 그래본 적 없을 만큼 울었을 것이다. 많은 세계인들은 그걸 보면서 '저 사람들 미치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울부짓음, 신음소리, 실신하는 모든 동작들이 모든 각도에서 철저하게 계산되어 국영방송 카메라에 촬영되었다는 것은 감히 생각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걸 두고 '위대한 통곡 경쟁''울기 게임'이라고 하는 것이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폴짝폴짝뛰면서 울어 대는 건 그렇게라도 안하면 딱지 붙여서 괴롭히니까 살자고 하는 짓,
 
반대로 외부와 고립된 채 평생을 우상숭배 선전만 듣던 북한주민들이 곁에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면 같이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는 심리학적 원인도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어쨌거나 김정일의 죽음을 놓고 하늘도 슬퍼서 흰눈을 내렸다고 우겨대는 북한당국자들을 그럴 수만 있다면 TV안에라도 들어가서 한대 줴박고 싶다.
 
"그래 이 자숙들아, 언제는 태양의 아들이어서 불멸한다고 그렇게 큰 소리더니만 왜 나이 70도 못살고 죽었냐, 뭐, 온갖 새들이 슬퍼서 울고 때아닌 하늘에서 천둥치고 무지개가 떳어?
 
솔방울로 수류탄 만들고 서해번쩍 동해번쩍 신통방통한 묘술을 가진 넘이 왜 그 흔한 하얀 눈가지고 입쌀가루 만드는 재주는 못가졌다니?
 
그렇게 기진 맥진 눈물콧물 다 짜게 해놓고 빈독만 대대로 물려주는 넘들이 무슨 태양이고 어버이고 장군님이네 어쩌네 개 나발들이냐? 
 
하필 죽어도 내년 봄 따뜻한 날 잡아 죽지. 앰병헐, 엄동설한에 죽어가지고 인민들을 저렇게 개고생 시키는 넘이 영생은 개뿔, 죽어서도 좋은 곳은 절때 못간다,"

비록 지금은 죽어서도 인민에게 득되는것이 없는 넘 앞에서 눈물을 쥐여짜지만 머지 않아 그 눈물은 분노의 함성을 만들어 낼 것이다. 기필코 대를 두고 흘린 피눈물의 대가를 반드시 받아 내고야 말 것이다.

차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