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판에 글을 자주 올리다 보니 저쪽 친구들이 나더러 미국에 사는 미국 놈이 미국 일이나 걱정할 것이지, 왜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에 참견이냐고 욕지거리를 하고 핀잔을 준다. 이런 욕을 먹을 때면 나는 사실 할 말이 없다. 북한 주민들이 3백만 굶어 죽었고 남한 사람들이 바람 앞의 촛불 신세라고 믿으면 나는 금방 비행기 타고 날라가서 북한 사람들과 함께 굶어 죽든지 남한 사람들과 함께 시청앞 광장에서 시위 데모에 참여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동지분들이, 너는 미국에서 할 일이 많으니 이곳에 올 생각 아예 말고 미국에서 더 열심히 일하라고 말하지만, 내 맘 속으로는, 내가 서울에 가야지, 여기서 무얼하고 있나, 치미르는 자괴감을 어쩔 수 없다. 추석이 되면 더욱 그렇다. 우리 집은 봉건적 수구꼴통 집안이라 나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 서울 집에서 3년간 매일 아침 상식을 드리고 제사를 지냈다. 어머님은 3년간 하얀 喪服만 입으셔서, 항상 천사같이 보이셨다. 추석이 되면 경기도 용인 꽃골에 내려가서 사방 둘러싸인 산을 헤메고 다니면서 제사를 지냈다. 미국에 오래 살아서, 미국 민요들, 스와니 리버나 올드 블랙 조가 귀에 익어도, 어렸을 때 부르던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숲에서 울 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무 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를 잊을 수는 없다. 미국에 와서 먹고 사는 것이 바빠서 부모형제, 고향 꽃골을 가끔씩 밖에 생각 못한 적은 있었으나, 부모형제, 고향을 잊은 적은 없다. 이제는 아버님 어머님이 모두 지하에 묻히셨다. 그토록 자랑스러우시다던 이 아들 녀석은 평생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도 못했다. 뼈 속에 사무치는 회한이다. 이런 고향과 내 부모님이 묻혀계신 대한민국이 망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이제는 매일 고향 생각만 하고 있다. 망하지 말아야지! 망하면 어쩌나! 그래서 오늘도 김정일과 싸우고 김대중 노무현과 싸우고, 혼자서 미친 소리 욕지거리를 고아대고 있다. 대한민국 망하면 안 된다! 내가 돌아갈 고향 땅이 없어지면 안 된다! 2005년 9월 추석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