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과 함께 산들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진달래. 그 향기를 맡으면서 30여년 세월을 북한에서 살았다.
 
진달래가 만발하는 고향에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그 어려운 나날에도 언제 한번 고향을 떠나본 적 없으며, 고향을 떠나서 살고 싶은 마음 또한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한 순간 한국에 오려고 결심한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 경제난보다 갈수록 심해지는 김 씨 일가의 폭압 정치가 우리 가정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9년 말에 실시된 북한의 화폐개혁은 주민들을 더욱 공포에 몰아넣었으며,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김정일의 믿음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우리 가정은 얼마간의 재산을 소유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쩌다 얻게 된 집에 대한 애착으로 그런대로 집을 꾸려놓았다. 또 집 주위는 진달래로 둘려 쌓여 있었기에 봄이면 온 마을이 진달래로 가득 피어나면서 꽃동네를 방불케 했다.
 
남한에는 이미 진달래가 졌지만 내 고향은 지금이 한창일 때이다. 고향을 생각하니 굶주린 아이들이 진달래꽃을 따서 먹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만 같다.
 
해마다 진달래는 어김없이 피어났으며, 저저마다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앞 다투어 피어나지만 북한에서 살 때는 그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 온 지금에야 비로소 고향의 진달래가 그리워진다.
 
아름답게 피어있을 고향의 진달래와 함께 굶주림과 불안으로 한창 피어야할 어린나이에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아파오는 마음도 금할 수 없다.
 
고향의 진달래는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피어있건만 가고 싶어도 갈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것이 우리 탈북자들의 마음이다.
 
나는 꿈에서라도 보고 싶다. 진달래꽃 만발한 내 고향을...
 
찬 서리에도 활짝 피어 언제나 슬픈 고향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새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진달래, 어린 아이들에게도 배고픔을 잊게 해준 진달래가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탈북자 이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