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숨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제는 누구도 나를 괴롭히거나 나에게 고통을 줄 사람이 없건만 나는 늘 밤이 되면 불안하다. 밤이 되면 왠지 모를 두려움과 환청에 시달린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목이 매여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 눈을 커다랗게 치켜뜨고 괴로움을 당하는 모습이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내가 처음으로 독재 정권의 슬하에서 사형을 목격한 것은 13살 때이다. 허허벌판 공지에서 사형을 한다고 했다. 철없던 마음에 궁금하기도 해서 애들을 따라 형장에 가봤다.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는 사형수를 양쪽에서 안전원들이 잡고 서있었고, 입은 흰 천으로 틀어 막혀 있었다. 당연히 얼굴은 알 수 없는 상태이고 나이는 3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간부’가 나와 죄명을 조목조목 밝히더니 “인민의 이름으로 사형에 처한다!”고 소리쳤다. 그리고 미리 설치한 나무기둥에 사형수를 묶더니 7명가량 되는 안전원들이 그 사람을 향하여 총을 쏘아댔다. 쉴 새 없이 총을 쏘더니 ‘죄수’가 꼬꾸라지자 풍차를 두른 차가 나타나 어디론가 싣고 가버렸다. 죄명은 몰랐지만 죽을죄임에는 틀림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쩐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 후,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는 교수형을 목격했다. 동네에서 멀지 않은 청년공원에서 교수형을 하니 다 가서보라고 선생님이 지시했다. 그때 역시 죄명은 기억이 안 난다. 당시의 북한에서는 무직이나 사기 같은 것을 저질렀을 때 사형을 당하곤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왔다. 어른들은 애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앞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한참 있다가 그네들이 말하는 죄명을 불러대고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는 귀에 익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가려 놓았던 풍막(천막)을 치우자 안에서 목이 졸려있던 사람의 괴로워하는 표정이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때의 괴로워하던 눈빛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런 모진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라고 12시간이나 내리지 않았다.

그 후에도 나는 본의 아니게 서너 차례나 더 사형장에 갈 수 밖에 없었다. 당시만해도 사형집행이 허다하게 발생했고, 그런 날에 시장에 가면 안전원들은 장 보러 온 사람들을 반 강제적으로 사형장으로 유도하곤 했다.

나는 평소에 안면이 있던 두 20대 형제가 광산 부속품에서 구리를 뜯어 팔았다는 이유로 나란히 사형을 당하는 것을 본 적이 있고, 중국으로 도망치다 잡힌 전 안전원이 동지였던 다른 안전원들이 쏜 총에 죽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집에서 기르던 금붕어 한마리가 죽었다. 배가 볼록하게 죽은 걸 보니 먹이를 너무 많이 준 탓인 것 같다. 7살 난 아들이 어찌나 서럽게 우는지 내가 다 안쓰러웠다. 슬피 울던 아들이 울음을 뚝 그치더니 죽은 금붕어를 풀밭에 묻어주잔다. 공연히 슬퍼진 나도 콧물을 훌쩍 거리며 아들과 함께 아파트의 화단에 금붕어를 묻어 주었다. 금붕어를 묻고 층계를 오르는데 속이 울컥했다.

보잘 것 없는 금붕어 한마리도 죽으면 울어주는 사람이 있고 풀밭에 묻히는데 내 고향땅에서는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죽어서도 버림을 받는 것인지…. 슬프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가슴 깊은 곳에서 자꾸만 뭉클한 것이 치밀어 오른다.

저도 죽을 목숨을 타고난 사람이면서, 그들은 어째서 그 많은 생명들을 무참히 짓밟았을까. 소위 인민의 어버이라는 사람이,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을 그리도 무참히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악몽들이 다시는 대물림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탈북자 이순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