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노동신문을 믿지 말라는 말까지 나돌게 되었는가”고 묻는 필자의 질문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당보(黨報), 군보(軍報), 청년보(靑年報) 가운데 당보를 뜻하는 게 아니라 로동당 간부들과 인민보안원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다고 통신원은 설명했다.
통신원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 노동당간부들에 대한 처형 및 숙청작업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장성택과 연계된 것임을 세 살 난 아이들도 알고 있지만, 당국은 남조선드라마시청, 노래방에서 가사를 마음대로 바꾸어 노래를 불렀다는 것 등을 주요죄목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전혀 다른 말을 한다는 게 통신원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당의 유일사상체계에 어긋나는 행위, 즉 장성택을 따르던 일부 사람들이 ‘장성택을 0번 동지’라고 불렀고 어떤 때에는 김정은의 지시 위에 장성택의 지시가 올라서기도 했다는 게 화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통신원은 “장성택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김정일 사후 장성택이 김정은을 마구 주무르던 정권이양 기 때 벌어진 일들이긴 하지만 막상 장성택이 처형되고 나니 관련 사실들이 재조명되고 특히 한때의 장성택이 ‘0번 동지’로 불렸다는 것을 알게 된 김정은이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고 했다.
흔히 최고통치자와 관련된 행사를 1호 행사라고 칭하는 북한에서 ‘0번 동지’라면 생각하기에 따라 김정은을 능가하는 호칭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러한 발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 ‘0번 동지’라는 호칭을 장성택은 그 어떤 호칭보다 좋아했다고 통신원은 전했다.
그럼에도 이것이 이른바 ‘김정은의 권위’와 관련된 문제임으로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게 통신원의 전언이다. 그러면서 통신원은 “처형된 당 간부들의 죄목이 비사회주의현상에 머무르고 있지만 처형이 있을 때 마다 ‘노동당간부라고 아무나 믿어서는 안 된다’는 김정은의 지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게 그 반증이다”고 말했다.
한편 평양시 한복판에서 보안원 복장을 하고 절도와 강간행위를 일삼던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붙잡히게 되면서 ‘보안원 복장을 했다고 해서 아무나 믿어서는 안 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통신원은 전했다.
우리의 경찰에 해당되는 북한 보안원들의 주민들에 대한 횡포는 가지가지다. 특히 시장에서의 권력남용과 횡포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시장 어귀에 보안원 그림자만 나타나도 불안해하는 주민들에게 이번에는 가짜 보안원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평양시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송신 장마당과 경흥 장마당, 평양과 평성사이에 위치한 동북리 장마당에 주로 나타났던 이들 3명의 가짜 보안원들은 현실적으론 사라진지 오랜 ‘시장 및 매매규정’을 내 걸고 돈이 될 만한 물건을 닥치는 대로 ‘압수’했다고 한다.
차량까지 끌고 다니며 ‘압수’한 물건을 다른 시장 상인들에게 도매로 넘기기도 했다는 일당은 시장의 부녀자들에 대한 강간행위 등으로 지탄을 받아오다가 지난 9월 만경대 유희장(놀이공원)근처에서 체포됐고, 결국 무늬만 보안원복을 입은 가짜라는 것이 드러나 총살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위 ‘노동당간부라고 아무나 믿어서는 안 된다’는 김정은의 최근 지시와 아래, 가짜 보안원 절도 및 강간 행위 등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이른바 ‘당보를 믿지 말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게 됐고, 이는 또 ‘당도 보안원도 믿을게 못 된다’는 주민들의 심리와 통쾌하게 결합되고 있다고 통신원은 전했다.
김성주 기자
등록일 : 2014-12-0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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