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한 여성을 만나다

약 2달에 걸쳐 집중적으로 조선의 여성들만을 만나고 있다. 중국으로 팔려와서 몇 년째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조사해 볼 목적으로 제법 여러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에는 다행히 마음좋은 조선족 남편을 만나 자식도 낳고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농촌 마을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일을 도와주며 돈을 조금씩 모아서 고향에 있는 어머님의 약값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자신은 조선에서 중학교도 못 나왔는데, 이곳에서는 소학교 아이들도 컴퓨터를 척척 해낸다며 자신도 반드시 나중에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고 쑥스럽게 웃는) 착한 소녀도 있었다. 지금은 노래방에서 손님들과 수치스러운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나중에 꼭 고향에 돌아가서 고향에서 가장 큰 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아주머님도 있고, 어떻게든 한국에 들어가겠다고 나를 붙잡고 떼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서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잘 잊혀지지 않는 여성이 한 명 있다. 아마도 팔목에 커다랗게 남아있던 칼자국과 검게 죽어있는 손목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여성과는 2월 중순 연길 시내 모처에 있는 다방에서 만나게 되었다. 올해로 딱 30살이 되는 함경북도 은덕군 출신의 여성이었다.

- 중국에는 언제, 어떻게 해서 오게 되었습니까?
“중국에는 2000년 6월에 처음으로 왔습니다. 중국과 조선을 오가면서 장사를 하던 조선족을 따라서 중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이전에도 조선에 드나들던 조선족 장사꾼들로부터 중국의 소식을 많이 들었습니다. 중국에 가서 회사에 취직하면 한 달에 중국돈으로 5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 몇 달만 일해서 돈을 모아도 조선에서는 큰 돈이 됩니다. 그래서 여러 번 망설이다가 친척에게서 빌린 골동(골동품)을 하나 주고 그 사람을 따라 나섰습니다.”

- 중국에 처음 와서는 무슨 일을 했습니까?
“나를 데려온 아바이를 따라 조선족 집에서 보모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300원씩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20원-30원씩 해서 한 달에 고작 100원정도 밖에 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중국말을 못하니까 시장에도 못 가고, 집안에서 청소나 하고 밥이나 하면서 지내는데 공자(월급)를 많이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참고 지내려고 했는데, 하루는 집안에서 돈이 없어졌다며 나를 의심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을 하는데 너무 무서워서, 그 길로 길림에 있는 친척을 찾아간다며 그 집을 나왔습니다.”

- 친척은 찾았습니까?
“사실 길림에는 친척이 없습니다. 친척을 찾는다는 핑계로 그 집에서 나와서 길림으로 간 후에 조선족이 꾸린(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 집에서는 한 달에 400원씩 공자를 정기적으로 받았는데, 식당일이 너무 힘들어서 내 약값을 대고 나면 남는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외형으로 보기에도 몸이 너무 야위어서 건강이 안 좋아 보였다.) 그러던 중에 우리 식당을 자주 찾던 손님이 자기가 아는 사람이 농촌에 집을 두 채나 가지고 있는 부자인데, 몇 년 전에 처를 잃고 혼자 산다면서 그 집으로 시집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나중에 식당주인과 계속 상의를 해 보다가 오히려 그 편이 낫겠다 싶어서 며칠 후 그 사람을 따라 나섰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손님과 식당주인이 서로 짜고서 3000원에 나를 팔아먹은 것이었습니다.”


중국돈 3,000원에 팔려간 개보다 못한 신세

- 그 사람과 결혼한 후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사람은 처음부터 나를 정식 부인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주고 나를 사왔기 때문에 마치 머슴 부리듯 했습니다. 낮에는 밭에 나가 죽어라고 일하고, 밤에는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재우면서 가끔씩 새벽에 들어와서 나를 범하고는 다시 나갔습니다. 그러고 나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남편, 자식 생각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밤에는 내가 도망갈까봐 밖에서 문을 채웠기 때문에 볼일을 보러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남편의 어머니가 요강을 준비해 주었는데, 그 위에서 볼일을 보면서 수치스럽다는 생각에 또 많이 울었습니다.

남편이나 가족하고는 말도 안 통하고, 그저 하루하루 일하는 기계처럼 살았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들판에서 일만 했는데, 어쩔 때는 점심때가 되면 남편만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밥을 주는 것도 아까웠는가 봅니다. 하루는 들판에서 일을 하다가 밭에서 개 두 마리가 서로 얽혀서 장난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내가 저 개들보다도 못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래서 그 집에서 도망친 겁니까?
“그렇게 한 두달을 살면서 기회만 오면 도망치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는 밭에서 일을 하다가 기회를 보아 도망을 쳤습니다. 뒷산을 넘어서 무사히 ‘설안’(길림 부근에 있는 농촌마을)에 있는 정류장까지 도망을 갔는데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서 끌려왔습니다. 남편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둔 모양이었습니다. 잡혀서 마을로 돌아올 때에는 아직도 해가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앞에서 남편에게 얼마나 맞았는지 모릅니다. 발로 차고 몽둥이로 때리고 개나 돼지도 그렇게 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들 말리지도 않고 이렇게 맞다가 그냥 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정신을 잃고 다시 깨어나 보니 창고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몇 일을 창고에 누워서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로는 건강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원래부터 몸이 약했었는데, 농사일을 심하게 하고 도망치다 붙잡혀서 심하게 맞은 이후로는 건강이 더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일도 제대로 못하고 매일 같이 누워있었더니 저에 대한 박해가 더 심해졌습니다. 약은 먹어보지도 못했고, 밥도 하루에 한 끼밖에 안 주었습니다. 말하기도 비참하지만 같은 집에 있던 개도 하루에 세끼를 꼬박꼬박 먹는데 나는 하루밖에 안 먹다니... 정말이지 개보다도 못한 신세라는 말이 생각나고 그것이 꼭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자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모두 두번 있었습니다. 한번은 남편 몰래 알약으로 된 제초제를 훔쳐내서 물에 풀어서 먹었습니다. 그런데 약을 너무 조금 풀었는지 몇 일 동안 설사만 하고, 배가 아파서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숨이 끊어지지를 않았습니다. 그 일도 남편에게 발각되어 다시 한번 호되게 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그러고도 그 날 밤에 나를 붙들고 또 그 짓을 했습니다. 남편이 짐승처럼 생각되었지만, 거부할 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남편의 면도기에서 면도칼을 몰래 빼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어떻게 해서든 빨리 죽으려고만 했던 것 같습니다.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가족들이 모두 잠든 새벽에 손목을 그었습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깊게 상처를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고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누군가가 내 뺨을 때리는 것 같은 느낌에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창고 바닥에는 피가 제법 많이 흘러 있었지만, 면도칼이 너무 작아서 상처를 깊이 내지 못했기 때문에 피가 흐르다가 멈춰 버린 모양이었습니다. 눈을 뜰 힘도 남아있지 않았지만, 내가 또 다시 살아났다는 생각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살아나서 다행이라는 뜻인지, 죽지 못해 아쉽다는 뜻인지.. 아직도 그 때 눈물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팔을 걷어 그 때 생긴 상처라면서 팔목을 보여주었다. 면도칼의 독이 퍼져있어서 인지 아니면 그 후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아서 인지 모르겠지만 면도칼이 지나간 곳 근처의 팔목이 온통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후에 알고 지내는 의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아무래도 한 번 상태를 정확히 체크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다시 만날 수도 없고 찾을 수도 없으니 걱정스러울 뿐이다.) - 그럼 그 집에서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습니까?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 남편이 남편의 어머니와 회의를 한 모양입니다. 그러고는 집에서는 송장을 치울 수 없다는 뜻이었는지 나를 간호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꼬박 보름간 간호를 받고 나서 내가 일어나서 걸어다닐 정도가 되자, 나를 풀어주며 가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그래도 1년간 그 집에 살면서 어머니하고는 약간 정이 들었던 모양인지, 인사를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사람이라는게 참 모를 동물입니다.....”


연길에서의 노래방 생활

- 그래서 그 후로는 어떻게 생활을 했습니까?
“움직이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연길로 돌아왔습니다. 연길에 와서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조선족 전도사 한 분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분은 내가 숨어서 지낼만한 집을 마련해 주었고, 정기적으로 약과 쌀을 조금씩 보내 주었습니다. 그 분의 도움으로 얼마간이나 몸을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 지금도 그 곳에서 살고 있습니까?
“지금은 다른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후 얼마 있다가 전도사님이 자신이 계속 도와주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돈 300원을 주고는 이제 제 길을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앞길이 막막했지만 더 이상 고마운 분께 폐를 끼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며칠 후 옷가지를 싸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게 작년(2002년) 3월경입니다.”

- 그 후로는 어떻게 살았습니까?
“그 집에서 나와서는 여기저기 교회를 돌아다니며 조금씩 도움을 받으면서 살다가 고향이 같은 여자를 한 명 만났는데 그 사람이 노래방에서 일을 하겠는가고 물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싫다고 거절했으나 당장에 지낼 집도 없고 먹고 살기도 막막하고, 그보다 더한 일도 하면서 지냈는데 무어라고 하지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에 노래방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거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노래방 생활이나 수입은 어떻습니까?
“노래방에서 함께 일하는 아가씨들과 공동으로 집을 맡아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서 4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삽니다. 집에 있다가 손님이 오면 전화로 연락이 오고, 그러면 노래방에 나가서 일을 합니다. 노래방에서 주는 공자(월급)는 없고 손님들이 주는 팁으로 생활을 합니다. 일을 못 나가는 날도 많기 때문에 수입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얼마 안 되는 수입 중에서 개인적으로 약값하고 공동으로 집세를 내고 한 달에 200원씩 노래방에다 바쳐야 하고... 가끔 옷이나 화장품도 사야하고... 이것저것 빼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습니다. 어서 빨리 돈을 좀 모아야 하겠는데...”
- 말이 통하지 않아서 힘든 일은 없습니까?
“노래방 라오반(사장)이 내가 조선 사람인 것을 알기 때문에 한족들이 오면 나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부릅니다. 나는 조선족들이 왔을 때만 불리워 나갑니다. 그래서 나는 일을 많이 나가지 못합니다.” - 노래방 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습니까?

“바쁜 것은(힘든 것은) 특별히 없습니다. 다만 가끔 한번씩 몸이 아파서 누워있어야 할 때가 가장 바쁩니다. 노래방에서 일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술을 많이 마시게 되는 날이 있는데, 그런 다음날에는 쎄게(많이) 고생을 합니다. 그런 날 아파서 누워 있다보면 여러 가지 잡생각이 드는데 내 처지가 참 수치스럽고 한심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한 번은 몸이 너무 아파서 집에서 쉬고 있는데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딱 나를 찾는 손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몸이 아파서 나가기 힘들다고 했더니 라오반(사장)이 소리를 지르면서 당장 나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갔습니다. 몸도 아니 좋은데 술을 먹고, 춤을 추고 하다가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면서 중심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그 길로 그 방에서 쫓겨났고, 집에까지 어떻게 왔는지 생각도 잘 나지 않습니다.”


경제개혁... 아무도 믿지 않는다

- 최근에 고향의 소식은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얼마 전에 막 건너온 조선 사람을 한 명 만났습니다. 요즘은 쌀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살기가 더 바쁘다고 합니다. 나라에서 주는 배급도 없고, 공장에서 나오는 돈도 없는데 예전에 45원씩 하던 쌀이 요즘은 250원이나 하니 일반 백성들을 그저 앉아서 굶어죽기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은 아마도 150원을 잘못 들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함경북도 지역의 장마당 평균 쌀값은 2002년 경제개혁전과 비교해서 300% 오른 150원 좌우에 거래된다.)

- 작년 7.1 경제개혁 조치 이후로는 그래도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던데요?
“내가 비록 연길에만 있어도 듣는 소리가 있습니다.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고향에 있는 가족들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작년 여름에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었습니다. ‘이제 조선도 잘 살게 되었구나’ ‘이제 곧 한국하고 통일도 할 수 있게 되었구나’ 등등의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아직까지 경제개혁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뻔딴’ 소리를 들을 겁니다.”( ‘뻔딴’ 이란, 중국어로 ‘바보’ ‘멍청이’ 정도의 뜻이다.)

- 그럼 경제개혁은 결국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경제개혁이 뭔지 그런거 잘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할 수 있게만 만들어줘도 지금보다 살기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거 없이 지금처럼 월급 한 두 번 주고 물건값만 올라서는 우리 같은 백성들은 살기가 더 바빠질 뿐입니다. 물론 일반 백성들은 돈이 없어서 장사를 하기도 힘들지만.....하여간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 그럼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쌀들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듣기로는 외국에서 들어온 쌀이 군대로 일단 들어가는데 거기에서 간부들이 그 쌀을 빼돌립니다. 그리고는 장마당에 내다 파는 거지요. 장마당에서 쌀 장사를 하려면 군대에 있는 높은 사람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쌀장사는 함부로 하지 못합니다. 가끔 개인들이 양식 창고에서 도적질을 하거나 중국에서 쌀을 들여와서 몰래 팔기도 하는데 뒤에서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적발이 되었을 때 아주 쎄게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물건은 관계없지만 쌀은 아무나 함부로 팔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 몰래 들어오는 쌀들도 많이 있을 겁니다.”

- 외국에서 들여온 쌀을 직접 본 적이 있습니까?
“내가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쌀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내 생각에는 차라리 한국과 미국에서 쌀을 안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그 쌀은 백성들에게 차려지지(배분되지) 않습니다. 군대에 있거나 당의 높은데 있는 간부들에게만 일부 돌아갑니다. 백성들은 어차피 먹고살기 바쁜거고, 그 사람들만 점점 더 부자가 되는데... 그런 쌀은 안 줘도 된다고 봅니다.”

-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가고는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무슨 낯으로 고향에 돌아가겠습니까? 고향에 돌아가면 가족들과 남편, 자식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이미 나는.....” (이 대목에서는 말꼬리를 흐리며 말을 잇지 못했고, 나도 더 이상은 물을 수 없었다.)

-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생활 할 생각입니까?
“그냥 지금처럼... 하루하루 살아가야지요. 몸이나 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정통편(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스피린과 같은 진통제)을 예전에는 한 알만 먹어도 몸이 잘 나았는데 요즘은 한번에 4개씩을 먹습니다. 요즘의 나는 ‘희망’이라는 말조차 잊고 살아갑니다. 그런 말은 나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냥 잡히지 말고, 안전하게 살 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