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부인 현숙도 “딸 둘을 낳도록 부모님께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는 불효를 사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애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해 사람들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
짧은 이야기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있고, 어느 한 순간도 고향을 잊지 못해하는 탈북자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길은 있지만, 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탈북민들의 심정은 이렇듯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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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북한은, 이름 하여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라는 어용단체 대변인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에게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넋두리를 쏟아냈다.
이날 민화협 대변인은 대남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기자와 문답에서 “남한에 유인 납치된 탈북자들이 인간 이하의 비참한 처지에 있다”며 “지옥의 땅에서 가혹한 천대와 멸시를 당하지 말고 공화국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민화협 대변인은 “북에서 생활상 어려움이 있다고 일시나마 남조선에 대한 환상을 갖고 유혹과 협박에 이끌려 그릇된 길에 들어선 것은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고난의 행군’ 이후 “조국은 천지개벽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민화협 “공화국은 과거를 불문하고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며 “잘못을 뉘우치고 고향으로 돌아오겠다면 언제나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하여 “괴뢰보수패당은 우리 주민들에 대한 유인랍치행위를 당장 중지하고 반인륜적, 반인권적범죄에 대해 사죄하여야 하며 이미 끌어간 우리 주민들을 지체 없이 돌려보내야 할 것이다”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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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세습독재정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탈북민들은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해 탈북민들의 주요거주지인 송파와 양천, 강서지구를 두루 돌며 저들을 만나보았다.
우선 민화협 대변인이 ‘탈북민들은 남조선괴뢰패당에 의해 유인 납치되어 끌려간 사람들’이라고 말 한데 대해 “바보, 천치”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탈북자 박영학(사단법인 큰샘 대표)은 “북한이 싫은 것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저런 거짓말이다”면서 “유인 납치는 김정은 세습독재정권의 특허”라고 꼬집었다.
또 탈북자들이 ‘남조선에서 극심한 생활고와 사회적 멸시, 차별과 냉대를 겪고 있으며 그로 인한 절망감에 견디다 못해 자살하거나 범죄의 길로 굴러 떨어지고 있다’고 말한데 대해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흉보는 꼴이다”며 실소를 터뜨렸다.
2009년 입국한 청진태생의 채수연 씨는 “주민들을 굶어죽게 한 공화국이 누구의 생활고를 말하는 것 자체가 희극이다”며 “이곳 남조선에서 나서 자란 사람들과 우리 탈북자들이 느끼는 생활수준의 차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그 수준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것 역시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주민들의 평생소원인 칼라TV를 한 달 월급으로 살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오히려 이런 소식이 북으로 들어가면 주민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 것인지에 대해 북한당국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북한이 ‘정치적 목적에 이용당하는 탈북자’, ‘또다시 탈남 하는 탈북자’를 언급한데 대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대한민국이야 말로 정부가 하지 말라는 일을 해도 죽임을 당하지 않는 자유가 있는 나라다”면서 “오히려 탈북자들이 정부를 이용할 수 있는 당당한 권리가 주어져 있는 나라, 더 낳은 생활을 위해 해외로 가도 강제로 ‘북남’되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고 말했다.
‘북과 남 두 제도를 다 체험해본 탈북자들이 어느 제도가 인민적이고 살기 좋은 제도인지를 깨닫고 고향으로 돌아온다면 언제나 받아들이겠다.’는 북한당국의 회유에 대해 탈북자들은 특히 격하게 반응했다.
“정은이가 뒈지면 언제든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가 가장 큰 반응이었고 “정말 북한의 세습독재정권이 남과 북의 판이한 현실, 천당과 지옥 같은 현실적 차이를 몰라서 저러는지 궁금하다”는 것이 두 번째 반응이었다.
2008년 입국한 김현미(뉴코리아여성연합 이사)씨는 “대한민국에 와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내가 인간임을 느낀 것”이라면서 “북에서 생활할 때 나는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죽고 싶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에 인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날이 오면 오지 말라고 해도 누구보다 먼저 달려갈 생각이다”고 의분을 터뜨렸다.
김성주 기자
등록일 : 2015-03-3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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