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가난한 어린이나 부모없는 방랑자들을 일컬어 ‘꽃제비’라고 부른다.

러시아어 ‘코체비예’(кочевье 유랑, 유목)나 ‘코체브니크’(кочевник 유목자, 방랑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는 북한 방랑아들의 평균 년령을 6~17세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은 그 이상의 40대 중년들과 70세 노인들도 포함된다.

1990년 초 경제난을 겪으면서 기아급수 적으로 나타난 이들에게 밥보다 더 귀하고 없어서는 안되는 게 있다면 뭘가?

신의주 소식통은 23일 “최근 장마당에 꽃제비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중조(가성소다)가 등장했다”며 “너비 5cm, 길이 5cm의 작은 비닐봉지에 넣은 중조가루는 꽃제비들만을 겨낭한 상품이다”고 전했다.

가을철이라면 감자밭이나 옥수수밭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지만 춘궁기가 다고오는 봄을 맞아 이들이 하루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쓰레기장이나 역전에서 승객들이 버린 음식이 전부다.

소식통은 “봄을 맞아 이들에게 판매될 중조가 장마당에 슬슬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며 “꽃제비들은 한봉지 200원인 중조를 사서 몸에 품고 있다가 남들이 버린 썩은 음식을 먹기전에 먼저 복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조를 살 돈이 없는 꽃제비들은 장마당에서 훔치거나 일반 가정집에서 구걸을 해서라도 소장한다”며 “추운겨울 속살이 다 보이는 옷을 입고 다니면서도 변한 음식을 먹기전에 중조를 먼저 먹는 이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애착’, ‘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9.27상무(방랑아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용소)에 동원된 담당지도원들도 썩은 음식을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애들에게 별다른 약 처방 없이 장마당에서 파는 중조를 사서 먹인다”며 “중조마저 없는 꽃제비들은 소독제로 치약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들이 중조를 소장하고 다니는 것이 공공연한 유행이여서 이를 악이용하는 이들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얼마전 시 보안서에서는 중조처럼 포장한 마약을 꽃제비를 통해 나르던 마약범도 단속했다”며 “신의주 화장품 판매과에 근무하는 조 아무개는 수년간 꽃제비들에게 수고비로 만원을 지불하고 마약을 목적지까지 운송했다”고 덧 붙였다.

식량위기로 꽃제비들이 늘어나고, 살기 위해 썩은 음식을 먹기 전 중조를 복용하는 세상, 또 이 틈을 이용해 마약범들이 마약장사를 하는 세상이 오늘날 김정은의 북한이다.

신남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