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은 물론 외국영화 불법시청 건으로 총살당한 사례도 드러난바 있다. 잘못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북한주민들이 외부 문화에 이리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외부세계에 대한 탐구까지는 아니더라도 호기심이 작용했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있다. 당국의 이야기처럼 ‘지구는 정말 우리나라(북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을까’. ‘남조선사람들은 대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가 대표적인 호기심이다.
한편 선명한 색상의 화려한 볼거리나 갈래 많은 사랑이야기 등 긴박한 스토리가 좋았더라는 사람도 있고 영화를 보면서 남쪽나라에 대한 동경심이 생겼다는 친구들도 있다. 또, 외국영화를 보면 하도 처벌한다고 하니 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가 궁금했다는 이도 허다하다.
북에서 100여 편 이상의 외부영화를 보았다는 한 탈북자가 “그거 다 세트에서 찍은 것”이라고 했을 때 그가 말한 세트(set)가 촬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당국이 말하는 ‘선전용 세트’라는 걸 알고는 할 말을 잃기도 했지만...탈북민들치고 한국드라마나 외국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 외, 당국이 허락하는 외화도 있다. 70년대 초 김정일은 먹다 흘린 빵부스러기처럼 자신이 보고 난 후의 외국영화를 평양시 간부들과 주민들만 볼 수 있도록 이른바 '은혜‘를 베풀었다.
누가 영화광이 아니랄까봐 해외에서 사들인 3만여 편의 외화필름을 갖고 있던 김정일은 그중 일부를 평양시 주민들에게(만) 배급하도록 지시했고 외국영화 전문 상영관을 지정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의 설계도를 그대로 베꼈다는 평양 대동문영화관과 개선영화관, 락원영화관이 외국영화 전문상영관으로 탈바꿈했다.
러시아 볼쇼이 극장
평양 대동문영화관
주로 구소련과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가 상영됐고 평양시내 기관기업소를 위시한 단체관람이 기본이었지만 이른바 외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개별관람이 전혀 허락되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관람권 암시장이 형성되는가 하면 매표소 앞에서 밤을 새우는 영화광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후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기 슬그머니 외국영화의 간판을 내렸던 그곳 평양의 외화영화 지정상영관들이 다시 활기를 띨 모양이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뉴스’에 따르면 2차대전 승전 70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러시아 영화 주간 행사’가 열린다.
20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별(2002년)’ ‘브레스트 요새(2010년)’ ‘1944년 8월(2001년)’ ‘백호랑이(2012년)’ ‘과녁을 본다(2013년)’ 등 2차대전을 다룬 5편의 러시아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라니 그나마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김성주 기자
등록일 : 2015-07-2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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